속된 말로 ‘손절’이라 말하는 행위는 합의하에, 쌍방으로 이루어지기 쉽지 않다. 흔히 한쪽에서 연을 끊는 방식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이러한 방식이 꽤나 찜찜한 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인연을 의도적으로 완전히 끊어본 기억이 없다. 아무리 오래 연락하지 않고 지낸 사이라도 다시 인사할 수 있는 정도로 남겨두곤 하는 것 같다. 너는 이제부터 나와 연을 끊겠다. 이러한 행위가 나에게는 계속 가슴에 걸리게 한다.
그래서 전 연인들과도 그리 나쁘게 끝난 경험이 없다. 우연히 만났을 때, 혹은 종종 연락이 닿을 때 그리 어색하지 않다. 전 연인도 그러하니 뭐 친구 관계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관계를 그리 지속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이 드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남의 가치관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나의 도전을 폄하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내리고 냉소하는 이들과의 관계는 그리 지속하려 노력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과 그럼에도 이야기를 많이 나눈 경험이 있다. 그런 경험에서 나는 그들이 남을 존중하지 못하는 태도가 본인의 가치조차 존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란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그들의 한계를 내가 깰 수 있게 독려했을 때, 그만큼 시야가 넓어진 것인지 그들의 존중의 폭은 더욱 넓어짐을 경험했다.
이야기가 조금 샜는데, 결국 나는 관계를 끊어내려는 사람에게도 한 번 더 이야기해보려는 성격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세상에 나쁜 인간은 그리 많지 않을지도.
March 26,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