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자주 만나면 공허하다. 이건 부정할 수가 없다. 아무리 좋아하는 사이여도 할 이야기가 떨어지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이 오면 괜히 미안해진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지루해하는 내가 싫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친구를 아껴서 만나는 것 같다.
그런데 자주 안 만나도 불안하지 않다. 오히려 안 볼수록 그 존재감이 더 단단해지는 듯하다. 그런게 친구인 것 같다.
나는 이걸 뒷배라고 부른다. 뒷배는 앞에 서지 않는다. 뒤에 있다.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확실히 있다. 내가 저 끝까지 추락하지 않게 보장해주는, 직접 손을 잡아주는 것도 아니고, 매일 괜찮냐고 묻는 것도 아니다. 그냥 존재하는 건데 그 존재가 나에게는 바닥이다. 아무리 무너져도 거기서 멈추게 해주는 존재이다.
경험적으로, 나는 그런 친구가 있을 때 더 멀리 나갈 수 있었다. 그들이 대단한 조언을 해준 것도 아니고 물질적으로 도와준 것도 아니다. 그냥 있었다. 근데 그 “그냥 있었다”가 내 인생에서 생각보다 많은 걸 지탱하는 것 같다.
March 22,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