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장점

높은 통증의 역치, 고통 속에서 한 박자 더 머물 수 있다는 것

나의 장점은 높은 통증의 역치이다.

요즘에는 이것이 순수한 장점이라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지금 당장 떠오르는 나의 장점은 이것뿐이다. 어릴 적부터 아토피를 달고 살았다. 피부가 갈라지고, 긁다가 피가 나고, 그래도 다음 날 학교에 가는 일상이 반복됐다. 육체적 고통을 참는 역치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역치는 어느 순간 정신적 고통 쪽으로도 번진 것 같다. 정확히는 둔감해진 것에 가깝다.

남들이 고통스러워 보이는 것들이 나에겐 참을 만하다. 하루 14시간을 앉아서 공부하고, 업무를 하고, 그걸 몇 달간 반복하는 것. 남들이 보기엔 좋지 않아 보일 수 있다. 나도 그게 즐거워서 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진짜 장점은 그다음에 있다.

버티는 시간이 일정량을 넘으면, 머릿속에서 질문이 바뀐다. “이걸 언제까지 해야 하지”에서 “이걸 하면서 어떻게 즐길 수 있을까”로. 고통을 없애는 게 아니라, 고통 안에서 작동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버틸 수 있다는 건 생각할 시간이 주어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는 그 시간 안에서 생각을 발전으로 이어내는 일을 꽤 잘하는 것 같다.

역치가 높다는 것. 그것은 고통을 못 느끼는 게 아니라, 고통 속에서 한 박자 더 머물 수 있다는 뜻이다.

March 17,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