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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생태계를 보면 하나의 공통된 지향이 선명하게 보인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그리고 각종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섹시한 비즈니스’에 대한 집단적 쏠림이다. 고학력의, 지적으로 훈련된 창업자일수록 이 경향은 더 강하다. 남들에게 설명하기 좋고, 투자자에게 설득력이 있으며, 스스로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문제를 선택하려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로 그 지점이 가장 비효율적인 경쟁이 발생하는 구간으로 나는 생각한다.
좋아 보이는 문제는 언제나 과잉 공급된다. 전 세계의 최상위 인재들이 동일한 문제 정의 위에 몰려든다. 그 결과, 제품의 완성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상향 평준화된다. 기능, UX, 속도, 정확도. 모든 것이 빠르게 표준화되고, 차별화의 여지는 급격히 줄어든다. 기술적 우위는 짧은 시간 안에 복제되거나 무력화된다.
여기서 더 중요한 구조적 문제가 발생한다. 가격 결정권의 상실이다.
챗지피티를 보자. 초고도 미친 기술 서비스가 월 1~2만원 수준에 포지셔닝되어 있다. 이들은 단순한 경쟁자가 아니라 ‘기준 가격(anchor)‘로 작동한다. 소비자는 이 가격을 중심으로 모든 유사 서비스를 상대 평가한다. 결과적으로 후발주자는 더 높은 비용 구조를 감당하면서도 더 낮은 가격을 요구받는, 구조적으로 불리한 게임에 진입하게 된다.
이는 본질적으로 고도화된 기술 시장의 역설이지 않나.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기술의 가격은 빠르게 하향 안정화된다.
반면 전통 산업을 보자. 예를 들어 화장품 산업은 원가 대비 수십 배 이상의 가격이 형성된다. 여기서 소비자는 ‘기능’만을 구매하지 않는다. 브랜드, 신뢰, 감정, 경험, 그리고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습관까지 함께 구매한다. 즉, 가격은 기술이 아니라 맥락에 의해 결정된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배움이 나온다. 돈은 기술 난이도가 아니라 시장 구조의 비효율성에서 발생한다.
세상에는 여전히 구조적으로 비효율적인 산업이 존재한다. 정보 비대칭이 크고, 공급이 제한적이며, 표준화가 덜 되어 있고, 무엇보다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이 많은 영역이다. 대표적으로 건물의 정화조 관리와 같은 영역이 그렇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건물의 똥통을 처리하고 유지하는 사업이다.
이 시장은 겉으로 보기에 매력적이지 않다. 브랜딩하기도 어렵고, 투자 유치 스토리로 풀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사업의 본질적 관점에서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보인다.
첫째, 경쟁 강도가 낮다. 둘째, 서비스의 필수성이 매우 높다. 셋째, 가격 탄력성이 제한적이다(고객은 ‘안 할 수 없는 비용’을 지불한다). 넷째, 운영 노하우가 쌓일수록 진입장벽이 형성된다.
즉, 기술이 아니라 운영과 현장 이해도가 경쟁력이 되는 시장이다.
대부분의 창업자는 존경받는 사업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시장은 존경이 아니라 구조에 의해 움직인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과 실제 수익성은 거의 상관관계가 없다. 오히려 화려할수록 경쟁이 과열되고, 과열될수록 수익은 희석된다.
진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이 시장은 과잉 경쟁 상태인가, 아니면 비효율이 축적된 상태인가. 고객은 선택할 수 있는가, 아니면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가. 가격은 비교되는가, 아니면 수용되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사업의 본질적인 수익 구조를 결정한다.
결국, 사업의 본질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어떤 구조의 문제를 선택하느냐에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가장 수익성이 높은 문제는 가장 덜 매력적으로 보이는 문제다.
남들이 외면하는 영역, 설명하기 민망한 영역, 그러나 반드시 누군가는 해야 하는 영역.
어쩌면 진짜 탁월한 창업가는 세상을 바꾸는 기술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지속 가능한 비효율을 발견하고 그 위에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정말 재미 없는 비즈니스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ai 시대에는 더더욱.